아이폰을 포기하다

2009/05/04 00:07
  2006년 말, 아이폰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때부터 기다렸다. 당시 나는 일본에 살고 있었고, 출시 예정인 아이팟이 시연되는 동영상을 보고 그냥 그 자리에서 빠져들었다. 맥도 쓰지 않았을 시절이고, 아이팟 나노 1세대를 쓰던 시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2007년 중순, 아이폰 1세대가 나왔다. 하지만 GSM 방식으로, 일본에선 쓸 수 없었다. 내년을 기약하기로 했다.

  2008년 4월, 나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2008년 중순에 아이폰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난 노예계약으로 싸게 새 핸드폰을 사기보다는, 약정 없이 중고로 스마트폰(m4500)을 사기로 결정했다.

  2008년 7월, 아이폰 2세대가 나왔다. 일본에도 발매가 예정되었다. 하지만 한국은 발매예정국이 아니었다. 마다가스카에도 나오는 아이폰이 한국엔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나와주겠지. 8월 21일, 10월 1일, 12월 31일에 나온다는 루머들이 마구 돌았다. 나는 7월 중순에 불의의 사고로 m4500을 잃어버리게 되었고, 새로 살까 하다가 임대폰을 쓰게 되었다. 몇 달만 버티면 돼, 하는 생각으로.

  루머로 떠돌던 날짜들이 하나둘씩 지나가고, 희망도 잦아들었지만, 나에겐 4월 1일 위피 폐지가 있다! 라는 심정으로 새 핸드폰을 사지 않고 버텼다. 4월 1일, 위피 의무화는 폐지되었지만 내가 들은 건 KTF의 협상취소 소식뿐이었다.

  Windows Mobile의 강력한 PIMS기능이 필요했지만, 어찌어찌 임대폰의 구질구질한 일정관리 기능으로 버텼다. 그리고 나는 한계를 느꼈다. 결국, 나는 지난 금요일, 옥션에서 기가바이트의 p100을 2년 약정으로 구입해버리고 말았다. 이미 iPhone은 안중밖이었다. 아니, 설령 나온다고 해도 엑스페리아 수준의 값이 책정된다면 구입은 불가능하겠다 싶었다. 게다가 일정관리와 연동되는 API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도 걸렸다. iPhone용으로 pocket informant 같은 훌륭한 일정관리 프로그램이 나와 있지만, 아이폰 내의 일정관리 데이터와 연동하지 못해 Google로 싱크하는 실정이었다.

  이렇게 될 거, 그냥 작년 7월 핸드폰 잃어버렸을 때 새로 살걸. 아니, 작년 4월 한국에 처음 들어왔을 때 새로 살걸. 아이폰을 기다린 2년 반의 세월이 너무나 아까웠고, 원통했다.

  속상하니까 아이폰 얘기는 관두고, 새로 산 p100 얘기를 해보자.


  기가바이트에서 나온 이 제품은, 작년 12월까지만 해도 엄청난 악평을 듣는 기기였다. 가격대 성능이 나름대로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의 수많은 버그 리포팅으로 인한 v.200 패치가 나오기 전까지 무려 "문자를 씹는" 저력을 보여주는 스마트폰이었다. 핸드폰이 문자를 씹다니. 커플 크래셔, 비지니스 크래셔 등 갖가지 악평을 듣던 이 폰은 기가바이트와 에버측의 끊임없는 패치로 ver.213 패치가 나온 지금은 버그도 거의 없고 굉장히 쓸만한 폰이 되어 있다.

  램은 64MB로, PDA을 처음 쓰는 사람에게라면 절대 권장할 수 없는 그런 크기의 메모리를 가지고 있다. 나야 뭐 rx3715(RAM 64, WM2003)와 m4500(RAM 384, WM5.0)을 써왔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은 안 하지만. (다만 3715도, 4500도 RAM을 최소 30MB정도는 확보해두고 썼었기에, 끽해야 26MB정도 램이 확보되는 P100이 다소 걱정되는 면이 없지 않다)

  찾아보니 유저들이 만든 롬으로 WM6.1 업뎃도 가능하고 (원랜 6.0이다) 여러 가지 Custfile을 사용하면 MS-SMS도 사용할 수 있고 그렇더라. 내 경우 MMS 때문에 MS-SMS를 사용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P100엔 GPS가 달려 있기 때문에, 잘만 하면 뚜벅이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뭐, 전체적으로 봐도 m4500보다 나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 키패드가 없긴 하지만, 모아키나 네오스타일로에 익숙해지면 될 일이니까.

  아이폰을 포기함과 동시에 마음이 이렇게 편해질 줄이야. 지금은 배송되고 있을 p100 때문에 흥분되어서 미칠 지경이다. wm 2003 시절 사뒀던 프로그램들이 좀 아깝지만.. 뭐 어쩔 수 없지. p100에 쇼데이터상한 요금제를 곁들였으니, p100에서 RSS로 뉴스도 받아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이젠 낭비하는 시간이 거의 없어질 테지. 시간관리도 더 철저해질 테고.



  그런데 6월에 아이폰 3세대 나오고 한국 출시 발표하면 난 p100 박살내고 자살할지도 모른다.


  p.s. 오후 10시 36분 추가.
  역시 WM. 하루종일 삽질했다. 지금은 또다시 하드리셋 중. 그래, 이런 삽질이 있어야 진정 WM이라 할 수 있지,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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